아이가 돌을 지나고 나면 부모의 일상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아이가 조금씩 걸음마를 시작하고, 이유식도 익숙해지며, 짧게나마 스스로 놀이를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되면 많은 부모들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 바로 어린이집 등원 시기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결정은 단순히 보호자의 손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우리 아기도 13개월에 접어들었는데, 나는 아직도 어린이집 보내는 시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보내는 것은 아이의 발달, 사회성, 면역력, 그리고 부모의 일이나 개인 일정 등 여러 요소가 함께 맞물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고, 각 가정마다 최적의 시기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래에서는 돌 이후 어린이집 입소를 고려할 때 도움이 될 만한 주요 요소들을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돌 이후 어린이집, 너무 이를까?
보통 어린이집은 생후 6개월부터 입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부모들은 생후 12개월, 즉 돌 무렵부터 입소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돌이 지난 아이는 어느 정도 신체적으로 성숙해졌고, 이유식과 분유 사이에서 균형을 찾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 무렵은 아직 아기의 면역력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은 시기다. 생후 6개월까지는 모체 면역에 의존하고, 그 이후부터는 스스로 면역 체계를 만들어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여러 감염성 질환에 취약한 편이다. 어린이집은 여러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감기, 장염, 수족구병 등의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돌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린이집에 보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건강 상태, 예방접종 이력, 체력 등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 잔병치레가 많거나 낯선 환경에 대한 불안이 큰 아이라면 입소 시기를 조금 늦추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사회성 발달을 위한 긍정적인 자극
어린이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또래 친구들과의 상호작용이다. 집에서 부모와만 시간을 보내는 아이보다 다양한 자극을 통해 더 빠르게 사회성을 익힐 수 있다. 간단한 규칙을 배우고, 양보나 기다림, 또래와의 놀이 등을 통해 감정 표현과 자기조절 능력도 자라난다.
돌 무렵 아이들은 아직 언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지만, 표정이나 제스처, 울음 등으로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이러한 시기에 또래 친구들과 함께 있는 환경은 표현 능력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행동이 늘고, 갑작스럽게 단어 수가 많아지는 경우도 많다.
단, 사회성 발달을 이유로 너무 이른 시기에 입소를 강행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얼마나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성향이 낯가림이 심한지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아이가 겪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입소 전에는 충분한 적응 기간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의 상황과 양육자의 여건도 중요
어린이집 입소 시기를 결정할 때 가장 현실적인 요소는 바로 가정의 상황이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육아휴직이 끝나는 시점이 어린이집 입소 시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한다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 기관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둘째 출산 준비, 건강상의 이유, 육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어린이집 입소를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에도 아이에게 급격한 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에 한두 시간씩 짧게 보내는 시간부터 시작하여 점차 시간을 늘려가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또한 어린이집 선택 시에는 교사의 보육 경험, 아이 한 명당 담당 교사 수, 실내외 놀이 공간, 위생 상태 등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아이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 되는 곳인 만큼, 아이에게 적합한 환경인지 충분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돌 무렵은 어린이집 입소를 고민하기에 좋은 시기일 수 있지만, 정해진 정답은 없다. 아이의 건강, 성향, 가정의 사정 등을 모두 고려한 뒤, 아이와 보호자가 모두 준비가 되었을 때 보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조급하게 입소를 서두르기보다는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모 역시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이가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집 입소는 아이 인생의 첫 사회생활이다. 그 시작이 즐겁고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더 큰 만족을 가져다줄 것이다.